천생 예술가였던 이중섭을 알게 된 이건희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 전시 관람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연 국보급 미술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여러 미술관에서 공동 전시의 개념으로 전시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과 과천 전시관 입니다.
서울 전시관에서 2023년 4월 23일까지 이중섭 특별전이 열리며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2023년 2월 26일까지 과천에서 전시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관람 예약 방법 및 정보는 다음의 링크에서 자세히 공유해드립니다.
일단, 서울 전시관에서 관람 전.후 식사를 할 식당을 찾았더니 ‘삼청동 수제비’가 유명하더라고요.
아.점으로 수제비와 감자전을 먹고 서울 전시관 잔디마당에 위치한 테라로사에서 커피 한 잔 마셨어요.
[ 삼청동 수제비 & 테라로사 국립현대미술관점 방문후기 바로가기 ]
식당에서 전시관까지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 됩니다.
미술관에 도착하면 두 개의 ‘MMCA’ 건물과 그 사이에 있는 잔디 광장이 보여요.
MMCA는 말 그대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영문 이니셜 입니다.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미술관을 바라보고 우측 건물이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특별전이 열리는 전시관 입니다.
왼편 건물에서도 다양한 전시가 진행중이며 ‘두레’ 라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서울 도심을 관광을 찾는 외국인 등의 손님에게 대접하기 좋은 한식 메뉴와 5~10만원 대의 가격 입니다.
우측 MMCA로 가면 영화관처럼 큰 매표소가 보이는데 이건희 컬렉션 예약한 사람들은 우측 ‘QR코드’ 확인으로 바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예약한 시간에서 20분이 지나면 QR 코드는 ‘종료’가 되기 때문에 절대 입장할 수 없어요.
선착순으로 ‘현장 예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량이 많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순번대로 입장하는 방식입니다.
지난달 제주도 서귀포시 여행을 했을 때 이중섭 미술관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이번 이건희 컬렉션의 전시도 기대가 되었어요.
제주도에서는 작품 보다는 ‘이중섭 거주지’ 인 초가집이나 그림으로 나타난 ‘범섬’ 등의 풍경화에 집중되었다면 이번 관람에서는 이중섭 화가의 삶이 작품에 녹아든 것에 감동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관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전용으로 ‘로봇 도슨트’를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물론, 앱이나 QR 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고 이어버즈 등을 챙기지 않아도 스마트폰 소리를 아주 작게 하고 귀에 대고 듣는 관람자들도 보였습니다.
저는 12시에 입장해서 로봇 도슨트를 따라다니며 작품 해설을 들었는데 배우 고두심씨 목소리로 진행됩니다.
전시관 한 바퀴를 거의 돌 때 쯤, 직원분이 오셔서 “1시에 작품 해설이 있으니 로봇은 중지시키겠다”고 하시네요.
저는 시간이 여유로웠기 때문에 조금 기다렸다가 1시 전문 해설사의 프로그램도 참여했습니다.
전시관 입구에서 시작하는데 제가 1등으로 서 있으니, 열의가 있어 보였는지 ‘미술 전공자’인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보고니 미술 전공자들이 많이 관람하겠다는 생각했어요.
전문 큐레이터이신데 로봇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로봇에서는 그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는 힘이 없어요.
해설사의 설명을 듣다가 정말 찔끔 눈물이 날 뻔 했어요.
예매 하실 때 가능하시면 서울 전시관은 1시 해설을 포함하시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이중섭화가는 북한이 고향인데 일제강점기에도 일본으로 미술 유학을 갈 정도로 집안이 부유했다고 해요.
천생 예술가였던 그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6.25 남북 전쟁을 겪으며 혼돈의 세상속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이중섭은 결국 영양실조와 간경화로 인해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터진 코로나로 힘들어진 사람들의 상황과도 연상이 되어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아요.
인생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되는 것이라 설명했던 ‘여덟 단어’ 중 ‘인생’ 키워드가 생각이 났습니다.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여덟 단어’ 키워드 정리 바로가기 ]
일본 유학시절 만난 부인 ‘마사코’와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어려워진 집안 살림으로 오래도록 떨어져 지낸 부인과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이 편지에 녹아져 있습니다.
부인 마사코와는 일본 문화학원 미술부 선후배로 처음 만나 연애를 했는데 일본이 한참 태평양 전쟁 중이던 1945년에 이중섭을 만나기 위해 배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와 원산으로 가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마사코가 타고 왔던 배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배 였다고 합니다.
마사코의 한국 이름은 이남덕여사이며, 올해 2022년 8월에 101세의 나이로 별세 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이중섭 특별전은 고향과 부모를 떠나온 가난한 화가이자 한 집안의 가장 그리고 한 남자로서의 삶이 하나의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전시 관람이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5개의 작품을 소개해 드립니다.
1. 세 사람
연필로만 그려진 연필화 이며 청년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다소 무기력해 보이는 자세로 엎드려있거나 쪼그려 있고 지친듯한 몸짓으로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습니다.
설명이 없었더라면 ‘연필화’에 그쳤을 그림인데, 일제 강점기에 힘들고 지친 청년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며 모두 세 사람 모두, 자기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유독 진하게 그린 왼손과 오른발은 ‘암울한 시기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에 ‘민족화가’ 라고 불릴만하다는 평가입니다.
이 작품은 원래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에 ‘해방기념 미술전람회’에 출품하기 위해서 북한 원산에서 가져온 그림 입니다.
먼 길을 열심히 온다고 왔겠지만, 시일이 늦어 출품하지는 못하고 이후 미도파 백화점 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작품전’에서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되었습니다.
2.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
부인인 마사코에게 보낸 첫 번째 엽서인데, 우편 소인이 찍힌 날짜가 1940년 12월 25일인 것으로 보아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중섭의 ‘엽서화’ 작품들은 우편 소인의 날짜가 정확히 확인됨에 따라 작품 시기에 대한 중요한 학술 자료로써 높은 가치가 있습니다.
이중섭은 작품 활동 초창기에 해당되는 1940년 초 20대부터 ‘동물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초현실주의’의 경향이 많습니다.
3. 황소
이렇게 동물을 신화적,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던 이중섭은 추 후 자신의 모습을 ‘황소’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황소’는 이중섭의 대표 작품이자 가장 고가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소의 커다란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저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소’ 하면 떠오르는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 70세에 한 붓 그리기를 최초 시도한 피카소 이야기 바로가기 ]
이중섭은 ‘소’를 관찰하기 위해 하루 종일 소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니 ‘소도둑’으로 오해를 받았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 황소는 이중섭의 자화상이면서 해방과 전쟁을 겪는 우리 국민들을 상징화 한 것으로 ‘민족 화가’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통영에서 그림 그리기에 매진하던 시기인 1954년에 생애 최고의 작품 ‘황소’ 연작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빨리 돈을 벌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고 하는데, 여러 전시회가 성공리에 마쳤음에도 수금이 잘 되지 않아 여전히 생활고를 겪다가 41세 젊은 나이에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외롭게 사망했습니다.
4. 은지화
흔히 은박지라고 하는 ‘은지화’는 껌이나 담뱃갑 안에 있는 은박 종이에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그렇다보니 작품의 크기가 작은 것이 특징 입니다.
은박지 위에 못 같은 철로 윤곽을 그리고 그 위에 물감이나 먹물로 문질르는 기법 입니다.
이중섭은 이 은박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림 재료를 구할 돈 조차도 없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중섭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처가집인 일본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쿄에 머물던 부인에게 은지화 70여점을 보내면서 “후에 이 작품을 대작품은 대작으로 불릴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말라” 고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떨어져 지내는 동안 가족들에게 많은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 아들들에게 “똑같은 그림 2장을 그려 보내니, 싸우지 말라”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도 느껴집니다.
5. 이중섭의 3가지 서명
한 가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이중섭 화가의 ‘서명’에 대한 것 입니다.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그림 귀퉁이에 ‘서명’이 눈에 띕니다.
초창기에는 ‘둥섭’을 나타내는 ‘ㄷㅜㅇㅅㅓㅂ’ 과 ‘대향’을 나타내는 ‘ㄷㅐㅎㅑㅇ’의 서명이 확인됩니다.
이중섭의 고향인 북한에서는 ‘ㅈ’을 ‘ㄷ’으로 발음하는 사투리를 쓰는데 어릴 때 고향에서 불리던 ‘둥섭’의 이름 그대로 서명으로 쓴 것 입니다.
‘대향’은 이중섭이 졸업했던 평안북도 오산학교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이 학교는 독립운동가들의 집결지라 할 수 있는데, 설립자였던 이승훈이 지향했던 ‘대 이상향’의 줄임말로써 ‘조국을 독립시키고 부강한 나라고 만들고자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단어에 담긴 의미를 이중섭이 추구했음을 알고 그의 어머니가 서명으로 쓸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죽기 전 몇 년동안의 작품에서는 ‘중섭’ 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ㅈㅜㅇㅅㅓㅂ’을 서명으로 사용했습니다.
작품마다 다른 서명들을 찾아보면서 당시의 이중섭의 심경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파리’전은 과천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에서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관람한 후기를 자세히 공유합니다.
[ 이건희 컬렉션 과천 전시관 파리 특별전 관람후기 바로가기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