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여행은 처음이라 기대를 많이 했어요.
경북 영주에 있는 ‘소백산 삼가 야영장’ 에서 캠핑을 하기 위함이었고 2박 3일 일정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관광지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죠.
[ 소백산 삼가 야영장 예약 방법 및 후기 바로가기 ]
또한 영주 여행 가는 길에 ‘단양’을 경유할 수 있다면 ‘단양강 잔도길’을 꼭 산책해보시기를 강력히 추천드려요.
[ 단양 9경 중에 으뜸 단양강 잔도길 트레킹 후기 바로가기 ]
소백산 삼가 야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영주 풍기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물품이나 음식 등을 살 수 있어요.
추석 연휴였기 때문에 가려고 했던 몇 군데의 식당은 휴업 상태였고, 50년 전통의 ‘원조 서부냉면’집을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죠.
1. 원조 서부냉면_ 평양식 냉면, 한우 불고기
2대째 운영되고 있는 ‘평양식 냉면’과 한우 불고기가 대표 메뉴입니다.
평양식 냉면의 슴슴하지만 담백한 맛, 아는 사람은 알죠.
저는 이미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서북면옥’ 맛을 좋아하고, 출장과 여행 등으로 몇 차례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맛본 평양식 냉면 맛을 잘 알고 있었어요.
평양식 냉면 맛 아는 여자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내가 알던 ‘슴슴하지만 담백한’ 그 맛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은거에요.
음식이라는 것이 원래 호불호가 있고,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지만 명성에 비해 기대에 못미쳤던건 사실이에요.
맛이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메밀면’ 이었는데, 불어있었어요.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라 미리 삶아 놓은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메밀면 못 다루시는거고요.
예전 직장 바로 앞에 꽤 유명한 메밀 전문점이 있었는데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항상 음식이 나오기 까지 대기 시간이 길었어요.
몇 몇의 손님들이 항의를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죄송하다시며 하시는 말씀이 “메밀은 미리 뽑아 놓으면 맛이 없어서 주문 후에야 기계에서 뽑아 삶기 때문이니 양해 바란다”고 하셨거든요.
어떤 직업이든지 그런 전문성과 긍지를 갖고 일하는 분들이 참 좋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2개의 물냉면을 시키면서, 모두 곱배기를 시켰는데 그걸 한 그릇에 줄 줄이야…
보통은 작은 그릇에 추가로 주시거나 그에 맞는 육수를 주시는데, 육수의 양은 1인분인데 면만 2인분이에요.
비주얼부터 센스 없다고 생각 들었는데 맛은 정말 팅팅 불은 메밀면에 억지로 먹었어요.
안먹고 싶었는데 진짜 돈이 아까워서 먹었어요.
그게 무려 1인분이 12,000원이고 곱배기는 16,000원이에요. 서북면옥이 9천원인데…
육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망친 면 맛 때문에 겨자 등으로 간을 안할수가 없더라고요.
‘서부냉면의 진수’ 라는 현판에는,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았다고 하면서 ‘무우김치랑 겨자를 같이…’ 라고 써 있어요.
그럴바엔 그냥 육수에 간을 더 하지…
젊은 직원분들은 대체로 밝고 친절하셨는데 우리 테이블에는 양념 세트가 없어서 먹다 말고 간을 맞추기 위해서 다른 테이블로 가서 양념통을 가져왔습니다.
어후… 식초를 보고 깜놀했네요.
이렇게 식초 통 자체를 그대로 놓은 집은 처음이라…
한우 불고기 2인분도 시켰는데, 짭쪼롬 하니 간이 잘 베어서 식사로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요. 1인분 200g인데 2만원이고 2인분부터 주문이 되거든요.
이렇게 식사를 하니 7만원이 넘게 나왔네요.
세 명이서 저렇게 먹고도 뭔가 허전했어요.
배는 부른데, 냉면을 억지로 먹었더니 마음의 허기가 올라오는 기분 아시죠?
바로 ‘정 도너츠’ 로 갔죠.
2. 정 도너츠_ 경북 영주 여행 중이라면 꼭 방문
영주 여행하면, 정 도너츠가 항상 따라오더라고요.
서부냉면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서 걸어서 갔는데 연휴 휴일이네요.
출발 전에 전화해서 영업중인 것 확인했는데…
알고보니, 여기는 ‘본점’ 이고 그날은 ‘본사’만 운영하고 있데요.
본사는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어요.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로 2000.
원래는 포장하려고 했는데 외관이 멋져 보여서 안에서 먹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일단 6개 먹어보고 맛있으면 추가로 포장하기로 하고 베스트 6가지를 골라달라고 했죠.
특히 ‘인삼 도너츠’를 포함하는지 유심히 보니, 넣더라고요.
경북 영주가 풍기 인삼으로 유명하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인삼 도너츠가 제일 맛났고 초딩은 이것도 맛잇지만 역시 슈크림 같은맛이 젤 맛나데요.
3. 소백산 온천 리조트_ 여행 중 몸 풀기 좋음 8,000원
여행을 하면 그 지역의 온천이나 목욕탕을 꼭 들르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속초 여행을 하면 ‘척산 온천’을 꼭 방문해요.
2박 3일 일정이라면 2번도 가죠.
경상도에서의 온천은 처음이고,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규모도 커서 기대가 컸죠.
365일 연중무휴라서 방문일정 잡을 때 편하고, 뽕숭아학당 촬영도 했던 곳인데… 이러기야?
규모도 크고 신축 같은 느낌인데 실제 이용 후기는 동네 찜질방 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여탕안에서 전반적으로 물이 뜨끈하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계속 나왔고, 특히 노천탕의 물은 식어서 그런지 춥다고들 하셨어요.
손님중에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여럿 있으셨던 것 같은데 한 분이 직원분께 직접적으로 ‘뜨거운 물을 틀어달라’ 요청했는데 갑분 싸움이 나더라고요.
우여곡절끝에 노천탕에 물이 틀어졌다고 다들 좋아하시는데 물이 따뜻하지 않은건 둘째치고 더럽기도 했거든요.
직원분이 오셔서 ‘물을 틀었다’며 생색을 내시는데, 뜨끈한 물을 틀어주면 좋겠다고 하니 “물을 튼 것만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라고 하셔서 …
제 귀를 의심했네요… 감사?
어떤 손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주님이냐, 감사하게. 뭐가 감사해? 내가 내 돈 내고 와서 땟국물에 몸 담그려고 왔어?” 라며 할말 하시더라고요.
그 분도 지역분이신데 그 뒤에 거기 사정을 설명해주시더라고요.
뇌피셜인지 알 수 없지만 지어낸 얘기 같아 보이진 않았어요.
원래 영주시에서 운영하던 온천이었는데, 몇 년전에 리조트로 운영해보고 싶다는 사업가한테 넘긴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로 뜨꺼운 물을 잘 안 튼데요…
사우나실 2개 중에 하나는 운영을 안하고, 폭포샤워기도 의자로 막아놓고…
제일 충격이었던 것은 드라이기가 유료 사용 입니다.
남탕에는 드라이기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구비되어 있긴 한데 너무 소형이라 머리 다 말리려면 한참 걸릴것 같아서 반만 말리고 나왔데요.
이번 온천 방문이 좋았다면 다음에는 리조트에서도 묵어볼까 했었는데 이런식이면 가고 싶지 않죠.
리조트 식당에서 백숙이 7만원이던데 이걸 알았으면 냉면집 안가고 이걸 먹었을 거에요.
리조트 들어가는 입구에 사과 판매점이 보여요.
경북 영주 사과가 유명하잖아요.
과수원에서 직접 따신 것 같은데 한 바구니에 만원이라고 써 있어서 샀어요.
좀 더 좋아 보이는 것이 있어서 가격을 물었더니 딱 2배 이네요.
1만원짜리는 딴게 아니라, 떨어진 과수들인데 맛있다고 하셔서 그걸로 샀어요.
빨리 먹어보고 싶어서 차에서 쓱쓱 닦아서 껍질째 먹었는데 맛있네요!
사우나 직후라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차에서 이동하는 동안 2개를 먹었죠.
4. 영주 365시장_ 쯔양도 다녀간 랜떡
영주 365시장은 1년 365일 고객과 함께 한다는 뜻도 있지만, 원래는 북위 36.5도에 위치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입구 바로 앞에 ‘영주 근대역사체험관’ 이 있는데 10시~17시 운영,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는 휴관이에요.
딱 평일 낮에만 구경할 수 있다는 건데, 이 정도면 학생들 견학용 아닐까 싶네요.
추석 연휴였기 때문에 체험관은 구경 못했지만, 그 라인 자체가 근대사처럼 꾸며진 상점 거리 입니다.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도 들고 구경할 만 하더라고요.
영주 365시장에서 저녁거리를 사가려고 방문했는데 ‘랜떡’ 이 얻어걸렸지 뭐에요…
연휴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서 거리가 한산했는데, 한쪽에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어요.
그냥 길거리표 떡볶이 집인데, 줄 서는 떡볶이 집 많잖아요.
되게 맛있나 보다 기대하며 한참 줄을 섰어요.
양배추를 채 썰은 비주얼이 특이하고 맛이 기대되더라고요.
저는 원래 이런 포장마차 떡볶이를 좋아해요.
최애는 송파구 문정동의 골목떡볶이, 그 다음이 광진구 중곡동의 신토불이에요.
골목떡볶이는 20년 전에 진짜 뒷골목에서 장사하실 때부터 단골이었는데 이후 유명세를 타서 tv에도 여러 번 소개된 집이고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달콤 쫀뜩한 그 맛이 연상되는 추억의 맛이에요.
신토불이는 ‘한지민 떡볶이’로 유명세를 탔는데 여기도 15년 단골이죠.
지금은 간판 이름도 살짝 바뀌었고 젊은 사람들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저는 할머니가 손수 퍼 주시는던 때 더 자주 갔었죠.
너무 맛있다며 비법이 있으신지 가볍게 여쭈었는데, 진지하게 받아주시며 황금 레시피를 알려주셨어요.
“국산 햇 고추가루만 쓰고, 매운거 반 + 안매운거 반 섞어야 이 맛이 나”
그리고 그때는 손님이 보던 말던 하얀색 설탕을 포대 째 막 들이부으셔서 어느날은 많이 맵고 어느날은 중간 맵고 그랬는데 지금은 분점도 내고 레시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듯 해요.
여기 랜떡 떡볶이가 신토불이 떡복이 맛에 가까워요.
근데 저는 신토불이가 2배는 더 맛난것 같네요.
여기 줄 선 사람들, 신토불이 맛 보면 랜떡 못먹어요.
랜떡 바로 옆에, 똑같은 모습을 한 포장마차가 있는데 마치 1호점 2호점 같은데 다른집이에요.
손님 줄도 두 집이 똑같이 서 있는데 랜떡이 약간 더 손님이 많고, 바쁜사람들은 저쪽으로 간데요.
이것도 줄 설때, 뒤에 계신분이 알려주신 뇌피셜입니다.
1인분에 2천원인데 떡이 5개에요.
가래떡 마냥 두껍고 크기 때문에 5개 수량과 금액이 이견이 없더라고요.
일단 2인분을 시켰는데 떡5개 오뎅5개가 있네요.
잘못된것인가 싶어서 사장님께 여쭈니, 선택사항이라고 합니다.
떡 = 오뎅 같은 갯수라서 ‘떡만 요청’ 하던지 ‘오뎅은 몇개’ 이렇게 해야한데요.
그러지 않으면 이렇게 반반 나오는데 1인분이면 오뎅이 2개일수도 있고 3개일수도 있는거죠.
양배추가 떡볶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기대하며 먹었는데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 듯 합니다.
푹 삶아진 달콤한 양배추가 아니라 아삭거리는 식감의 야채로써의 양배추 였죠.
이렇게 까지 오래도록 줄을 서서 먹을건 아니었지만 영주 여행은 처음이라 시도해 본거죠.
줄을 너무 오래 서서 다음에는 안갈것 같아요.
이로써 경북 여주 여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